"법정"에 대한 505개의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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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매가 의절했는데, 엄마가 아들이 준 용돈을 딸한테 준다면?10월 19일결국 법정상속분대로 상속 마무리. 엄마 7분의 3, 딸 7분의 2, 아들 7분의 2. 상속과 간병 문제로 오래 싸운 남매는 완전히 의절상태. 문제는 그다음임.
• 민희진은 무고한 임원을 지켜준 남성인권 수호자일까10월 18일과태료 법정 판결까지 난 상황에 민천지들 마지막 피의 쉴드 '어도어 임원의 성추행 조사는 무혐의로 끝났으니, 결국 임원은 억울하게 무고를 당한거고 민희진은 무고를 막기위해 나선 대단하신
• 장원영 괴롭힌 유튜버 "얼마나 큰 잘못인지 깨달았다" 울먹였으나..실형 구형10월 17일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1일 오후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 수년 전 14세 女 성폭행한 20대 男…"영상 찍었어?" 메시지에 '덜미'10월 17일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형사부(이승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선 A씨(20)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 뉴진스 민희진 스케줄10월 17일법정 스케줄
•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 28화 '삼부자 여행'10월 17일‌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주말 현지인 분들 덕분에 명절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다들 평안한 주말 되세요. ------------------------------- 28화 삼부자 여행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랑 놀고있는데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는 내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서야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그걸 녹음했어? 무섭네 당신.”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정말 무서운 건 당신인데. 고민하다 결국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로 서면을 제출한 날이나, 재판일 혹은 가사조사관과 대면하는 날에는 특히 아내가 날카로워지고 나는 또 숨이 막힌다. 언젠가 변호사에게 물어봤었다. 집에 있기가 너무 끔찍해서 같이 있고 싶지가 않다고. 당시 변호사는 내가 집을 나가면 양육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혼소송이 진행된 지 반년이 넘어서도 같이 살 줄은 몰랐나 보다. 지금의 우리 모습이 이혼소송하는 가정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엄마 화났어?” 아내가 드레스룸 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인지 아이가 물어봤다. “아니야, 실수로 문을 세게 닫았나봐.” 아이는 다시 기찻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미안해 아들아... 어느덧 휴가철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팀원들끼리 서로 휴가를 덜 겹치게 가려고 스케줄을 조정 중이었다. 감사하게도 팀원들은 내가 내년 초 주재원 파견이 예정 되어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보낼 마지막 휴가기에 최우선권을 주었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가길 원했지만 아내는 원하지 않았다. 나 역시 불편했지만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될 수도 있기에 잠깐 갈까 고민했으나 아내의 “난 아이랑 따로 갈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한 바람에 마음을 접었다. 아이와 나,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가족 단톡방에 회사에 이야기한 휴가 날짜를 공유하고 같이 갈 수 있는지 여쭈어봤다. 아직 여행지는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쉽게도 부모님은 이미 외갓집 형제 자매들과 하와이 예약을 해놨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는데 아버지에게서 따로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손자와 같이 가고 싶다고 하셨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아버지의 로망 중 하나가 몽골에 가는 것이라는 것이 생각나서 검색을 해봤다. 도저히 아이를 데리고, 거기에 아버지를 모시고 자유여행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아 패키지로 마음을 먹었다. 비행시간도 세시간 반 밖에 안 걸려 아이한테도 부담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께 전화로 몽골 어떠시냐고 여쭤보니 너무 좋아하셨다. 바로 괜찮아 보이는 4박 5일 패키지를 예약했다. 우리만 가는 단독 패키지이고 한국어 가능한 가이드에 기사가 함께하는 일정이다. 마일리지로 비즈니스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는데, 비즈니스가 남아있는 좌석이 둘 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아이를 태우려했는데 아버지가 본인은 이코노미 타겠다고 하셔서 아버지만 이코노미 타는 걸로 가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모두 이코노미를 타는 것으로 했다. 아버지가 하와이를 포기한 만큼 좋은 여행이 되길 바라며 준비했다. 몽골 여행은 정말 좋았다. 아이가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도 너무 좋아했다. 여행기간 말, 낙타, 소를 타고 모래 썰매도 탔다. 가이드 분도, 기사님도 친절했다. 가이드는 삼부자를 가이드 하는 건 처음이라며 멋지다고 해주셨다. 몽골 여행을 큰 걱정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아이가 양고기를 잘 먹는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혹시 아이가 입에 안 맞을 것을 대비해 여러가지 간단한 식품들을 챙겨갔는데 쓸 일이 없었고 잘 적응하는 아이에게 고마웠다. 돌을 구워서 양고기를 삶는 허르헉을 먹을 때는 갑자기 아내가 생각났다. 아내는 요리만화를 참 좋아했는데 어떤 만화의 허르헉 편을 보고 이거 먹고 싶다고 아이가 크면 몽골에 여행 가자고 몇 번 말한 적이 있었다. 매일 밤 다른 지역의 게르로(몽골의 전통 가옥) 옮기며 긴 시간을 차에 있으면서도 아이는 불평 한 번 하지 않아 고마웠다. 차를 리무진으로 요청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밤마다 수없이 펼쳐진 별들의 향연을 보며 아이에게 별자리를 설명해주었다. 밤에는 아이를 재우고 게르에서 아버지와 간단한 안주와 함께 몽골 술을 마셨다. 아버지는 매일 밤 주무시기 전에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하시고 잠에 드셨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아이는 며칠동안 밤에 몽골여행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옆에서 누워 나를 바라보고 재잘거리다 잠드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너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됐어도 최선을 다할 게. 며칠 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휴가를 갔다. 회사에서 밀린 일도 일이지만 중요한 일이 있었다. 재산분할표를 작성해야 했다. 아파트의 잔여 대출액은 작성기준이 아닌 내가 소장을 제출한 시점으로 작성해야 하기에 당시의 잔여 대출액을 찾고 기입했다. 마찬가지로 소장을 제출한 시점의 내 계좌들의 금액을 찾아 기입했다. 지금은 Draft로 작성하고 후에 은행정보 요청한 것의 회신이 오면 해당 날짜를 찾아 수정해야했다. 시중 은행과 보험, 주식업체에서 보낸 회신은 서로 볼 수 있었다. 3년치인지 5년치인지의 기록에 대해서 다 나온다. 첫 장에 어떤 곳은 딱 해당날짜에 맞춰 금액을 기입해주었고, 어느 은행은 그런 것 없이 전체 리스트를 보낸 곳도 있었다. 또 어느 은행은 소장 제출한 시점이 마지막이 아닌 현재까지의 모든 리스트를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아내가 회사에서 받은 보너스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의 회사는 회계연도 마감 일이 달라 보너스가 5월에 나왔다. 5월이라.. 한창 아내가 나한테 생활비 안보내서 적금 깨야 한다고 빨리 보내라고 재촉하던 시점이었다. 역시 아내는 이번에도 작은 차 한 대 값을 상여로 받았었다.. 당시에 변호사비를 할부로 낸 바람에 아내에게 생활비를 지연하긴 했다. 딴 주머니를 찬 게 없어서 결국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여 보냈었다. 실제로는 돈이 이만큼 있었구나 생각하니 화가 났지만 같이 살고 있기에 생활비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는 재산 분할을 소장 제출하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지 몰랐고, 이혼 일이 있기 전엔 내가 생활비를 보내면 그만큼 아내는 남는 돈을 적금 통장에 넣었었다. 문제는 이혼이 시작하고 내가 생활비를 보내고 아내가 저금을 하면 그 금액은 고스란히 아내 돈이라 재산 분할에 반영되지 않는다. 후에 그걸 알았으면서도 그냥 보냈다. 이혼까지 몇 달 남지 않았는데 당장 몇 백에 싸워서 아이에게 그 분위기가 전달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한참 재산 분할표 정리 중에 여행간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번 달 생활비 보내]
• 캄보디아 중국범죄조직 재벌 천즈가 도주 중이라네요10월 15일암튼 이 인간은 인터폴 수배해서 잡아내고 우리나라 법정에 세워서 우리의 법률로 징벌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 27화 '2차 재판'10월 14일‌ 안녕하세요. 주말동안 나의 아저씨를 다 봤습니다. 추천글이 많았어서 언젠가 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다 봤네요. 초반 부분은 저에게 스릴러였지만... 아무튼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도 굳건히 살아보겠습니다. ------------------------------- 27화 2차 재판 2차 재판을 위한 반박서면은 변호사와 미리 작성해 두었고 보내는 시기는 2차 재판 며칠 전에 보내 상대가 답변할 시간이 없도록 정했다. 1, 피고의 답변 요지 지난 서면과 반소장의 피고들 주장을 간략히 정리하고 밑에 피고들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그 밑에 상세히 반박을 시작했다. 2. 피고들 사이에서의 부정행위. 가. 피고 ㅇㅇㅇ과 피고 ㅁㅁㅁ의 부정행위 등 사실인정 및 구체적 자백 (1) 2022. NN. NN. 피고들 사이의 전화 통화당시부터 시작된 부정한 관계 전에 아내가 취해서 들어왔을 때 상간남으로부터 온 전화기록을 시작으로 결국 부정한 관계까지 이어졌다는 내용을 썼다. 또한 카카오톡 문서제출 명령 회신을 바탕으로 확인된 내용을 삽입했다. 그나마 조회가능한 3개월 분량, 그것도 나온 1달 정도의 내용이 181페이지인데 조회가 불가능 했던 이전 기록들을 모두 더한다면 그 양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기입했다. (2) 2023. NN. NN. 아내는 강남에서 거래처와 미팅 후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늦을 거라 했지만 친구가 우연히 식당에 있는 둘의 모습을 보고 전해주어 알게 된 내용으로 아내의 거짓말에 대해 추궁하자 끝까지 거래처 사람들과 있었다며 속이려 했고, 지인이 목격했다는 사실을 전달하자 피고2와 단둘이 있었음을 인정했다는 내용과 함께 (갑9 녹취록 1~5면 내용 참조)를 삽입했다. (3) 2023. NN. NN 회사 동료 시모상 조문 당시 ‘에어비앤비’ 숙박업소까지 예약하여 함께 외박을 한 피고들. 외박한 것에 대해 추궁하자 피고1은 ‘끝까지 잡아뗄지 말지 생각했다’며 외박사실을 인정했고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대림동 숙박업소에서 함께 있었다는 내용과 (갑10 녹취록 6~10면 참조)를 덧붙였다. (4) 2023. NN 중순경 원고가 부재중인 집에까지 함께 들어와 사건본인이 있는 상황에서도 부정행위를 한 피고들. ① 피고1은 원고가 출장으로 부재중이던 2023. NN. NN. 집으로까지 피고2를 불러들여 사건본인이 집에 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방에 재운 후 이렇게 원고 집에서 가지 부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피고1 은 원고에게 거실에서의 부정행위 등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매트리스가 더러워 세탁하고 말리는 중이라는 말을 하였지만, 거짓말이라는 것이 금방 탄로 났습니다. ② 피고들은 위 11. 24. 피고2가 원고 집에 찾아온 것은 사실이나, 선물을 받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피고들은 답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거짓입니다. 피고들은 회사에서 함께 한 프로젝트에 수고했다고 피고1이 피고2에게 목도리를 선물하려 했는데, 다음날 피고1이 어머니, 사건본인과 함께 싱가폴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2023. NN. NN. 이날 피고1은 피고2를 불러 선물을 준 것이고, 피고2도 선물을 받는 입장이라 고마운 마음에 집으로 찾아가서 받은 것이라는 등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이들 사이에서의 부정한 관계를 부인하였지만 모두가 사실이 아닙니다. ③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직장 동료에게 주는 선물을 피고1이 여행계획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여행 출발 전에 건네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생일과 같은 특정한 기념일을 챙겨주기 위한 선물도 아닐뿐더러, 그 물건 또한 상하거나 변질되는 물건이 아닌 목도리였습니다. 그 시기 또한 놓고 보자면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지 않은 11월 중순경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피고1은 여행을 다녀오고 난 다음에 회사로 출근해 서 선물을 주어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피고1은 2023. NN. NN. 당일 여행을 핑계로 피고2에게 목도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④ 2023. NN. NN.에 피고들은 이미 서울 대림동 소재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하루를 함께 묵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피고들은 원고가 출장 중이라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 함께 원고 집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매트리스를 거실로 꺼내어 이곳에서 같이 자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또 함께 원고 집에서 하루를 보낸 것입니다. ⑤ 원고가 피고1과의 대화에서 매트리스가 거실에 나와 있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당시, 피고1은 매트리스를 빨아서 세탁해 놓은 것이라고 둘러대기에 급급했습니다. 원고가 아파트 CCTV를 통해 피고2가 찾아왔다 하루를 묵고서 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말을 하자 그때서야 피고1은 원고에게‘입이 두 개여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원고 집에서의 피고2와의 부정행위 등 잘못을 있었음을 시인하였습니다(갑9 녹취록 12면). 이렇게 피고1이 구체적인 정황까지 들어가면서 피고2와의 부정행위 등 사실을 이미 자인한 상황인데도, 여전히 피고들은 허위주장만 더하면서 이들의 관계를 부인하는데 급급해하고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여전히 부정한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을 썼다. 다음으로 반소청구에 대한 반박내용을 기입했다. 부부관계는 피고들의 부정행위로 파탄난 것이며 오히려 부정행위 상대방인 피고2와 헤어질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등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단계로 이르렀으며 책임은 당연히 피고들에게 있고 이는 명백한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는 것과 함께 (민법 제840조 제1. 6호)를 기입했다. 두 번째는 재산분할 청구에 대한 반론이다. 피고1의 재산 기여도가 70%라고 주장하는데 재산내역 조회 결과를 반영하여 다시 청구하겠다는 내용을 썼다. 밑으로 주된 재산인 부동산에 대해 원고와 피고1이 1/2씩 명의를 갖고 있으며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각 N억 원씩 증여를 받고 나머지는 은행담보대출을 받아 소유하게 된 것을 썼다. 처가에서 도움을 받아 일부 중도상환금을 변제하기도 했지만 그 금액이 N천 만 원으로 소액인 점을 들었다. 피고1이 혼수를 해온 점에 대해서는 예물을 내가 했던 것과 혼수로 구입해온 것들을 다 가져간다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중고가액에 상응한 금액만큼은 반영해달라는 주장을 썼다.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에 대한 내용이다. 피고1이 피고2와 부정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도 모자라 집까지 불러들여 부정행위를 삼은 점. 원고 가족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 발각되고도 ‘쇼윈도 부부’로 지낼 지언정 피고2와 헤어질 수 없다고 하며 자유로이 서로 애인을 만나며 사건 본인에게까지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게 하자는 등 상식 밖의 제안을 하면서 도저히 한 아이의 엄마로서 보일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던 점에 대해 썼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본인의 올바른 성장을 저해할 요소가 충분하다는 점에 대해 언급하며 피고1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론으로 위 내용들을 간략히 정기하고 반소역시 기각 되어야 한다는 내용, 그리고 하단에 입증 방법으로 녹취록을 첨부하였다. 이렇게 정리된 서면은 재판 약 5일 전에 법원에 제출했고, 피고들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받으려면 최소 2-3일은 걸릴 것이다. 그러면 재판 전에 반박문을 제출할 수 없을 것이다. 변호사는 증거자료를 2차 재판에 제출하였고 상대도 반박은 3차 재판 전에 낼 것이니 굳이 나올 필요가 없다고 하여 나는 나가지 않았다. 며칠 뒤 재판이 열렸고 변호사는 바로 전화해서 오늘 판사가 언급한 내용들을 간략히 전해주었다. “재산조회 결과가 나오면 양 측 모두 ‘재산분할명세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하셨습니다. 양쪽에서 부동산 처분 후 대금을 나눠 갖는 방식을 언급했는데, 이런 방식은 판결로는 어렵다고 하여 둘 중 일방이 부동산을 전체 소유하고 판결된 가액을 나눠주는 형태로 진행하라 하십니다. 공유상태로는 판결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유책 사유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 다음 서면을 봐야 알 수 있을듯해요.” 어느정도 예상한 결과다. 결국 집을 둘 중에 누가 소유권을 가질지 정해야 하는데 어차피 절반가액을 받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 상관없다. 내가 재판이혼을 한 이유는 아내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을 판결로 확실히 받아내고 언젠가 알게 될, 솔직히 평생 몰랐으면 좋겠지만 아들이 알게 된다면 아빠 잘못으로 이혼한 게 아니구나 라는 것에 대해 떳떳하고 싶은 거였으니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랑 놀고있는데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는 내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서야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그걸 녹음했어? 무섭네 당신.”
• 표절 다툼에 법정 간다10월 12일더보이즈 VS QWER, ‘확성기 응원봉’ 놓고 논란 팬덤 전쟁 속... 업계 “K팝 전체 신뢰도 저하 우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그룹 사자보이즈 (Saja Boys)의 팬들이 공식 응원봉을 흔드는 장면./ 넷플릭스 “케이팝 세계에서 공식 형광봉은 가수마다 고유한 디자인을 가진 상호작용의 물건이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팬덤의 부적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굿즈를 판매하며 응원봉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K팝의 상징 ‘응원봉’이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룹 더보이즈(THE BOYZ)와 걸밴드 QWER 간 응원봉 유사성 시비가 붙으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양측의 ‘응원봉 갈등’이 커지자 엔터테인먼트 관련 단체들은 ‘K팝 위기론’까지 꺼내면서 중재에 나섰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는 지난달 말 성명에서 “K팝 산업이 직면한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아이템 디자인에서 비롯된 갈등이 아니라, 미래의 한류 생태계 지속 가능성, 글로벌 시장 경쟁력, 그리고 K팝 팬덤 문화의 건강성까지 거론되는 중대한 이슈”라고 했다. 더보이즈 vs. QWER 응원봉, 어떻길래 응원봉 디자인 표절 논란은 QWER이 최근 월드투어를 앞두고 확성기 모양의 응원봉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본 더보이즈 팬덤 ‘더비’는 2021년 출시한 더보이즈의 하트 모양 확성기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확성기 형태로 응원봉을 출시한 건 더보이즈가 처음이고, 스피커 중앙에 로고가 적혀 있는 점, 손잡이 위치 등이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또 이 응원봉은 제작 업체 코팬글로벌이 특허청 심사를 거쳐 2022년 5월 디자인 등록을 마친 상품으로 디자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반면 QWER의 팬덤 ‘바위게’는 확성기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QWER 소속사 쓰리오이코퍼레이션·프리즘필터는 “QWER 공식 응원봉은 디자인적으로나 저작권상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왼쪽은 더보이즈 응원봉, 오른쪽은 QWER 응원봉./ 온라인 커뮤니티 이후 더보이즈 소속사는 “사안을 인지한 후 QWER 측과 논의를 이어오며 디자인 변경 등을 요청했으나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 예고했다. 소속사 쓰리와이코프레이션과 프리즘필터는 응원봉과 관련해 “저작권 침해를 포함한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사실을 자문받았다”며 응원봉 판매를 강행했다. 응원봉 유사성은 어떻게 따져야 할까.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 이재경 건국대 교수는 “디자인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전에 얼마나 비슷한 디자인들이 대중에 공개돼 있었느냐다. 이에 따라 유사성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다”며 “확성기 앞모양이 하트이든 원형이든 응원봉이다. 확성기 형태라는 것이 특이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디자인 출원인의 권리라고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응원봉 논란으로 K팝 이미지 실추 우려” QWER(큐더블유이알) 쵸단(왼쪽부터)과 마젠타, 히나, 시연/뉴스1 엔터 업계에선 이번 응원봉 갈등으로 K팝이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에 금이 갈까 우려하고 있다. 팬덤 간 감정의 골도 커지고 있다. 더보이즈 팬덤이 QWER 멤버 일부가 여캠 BJ로 활동했던 이력을 들추고, QWER 일부 팬은 더보이즈 팬에게 협박성 댓글을 남기는 등 서로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연제협은 성명에서 “K팝 산업의 창의성, 정체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은 아티스트, 팬덤, 기업, 그리고 문화산업 전체가 함께 만드는 지적재산권의 존중과 상호 신뢰에 있다”며 “더보이즈와 QWER 공식 응원봉 디자인 유사성 논란은 단편적 모방·분쟁 차원을 넘어, K팝 굿즈 문화의 미래, 팬덤 간 공동체 의식, 글로벌 한류 경쟁력에 중대한 울림을 주는 계기”라고 했다. 이어 “각자의 입장이 법적으로만 대립한다면, K팝 전체의 창의력 저하, 팬 문화의 배타성과 고립성 심화, 나아가 국내외 시장 내 신뢰도 저하 등 심각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도 “디자인의 유사성과 모방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지식재산권은 무형 자산인 만큼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며 “협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K팝의 상징’ 응원봉, 아티스트와 팬덤의 정체성 1997년 한 가요 시상식 직후 젝스키스와 HOT의 팬덤이 맞붙은 실제 사건을 묘사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한 장면. /tvN 그렇다면 응원봉이 팬과 연예기획사에 어떤 의미이길래 법대로 하잔 말까지 나오는 걸까. 이는 K팝의 특징인 팬덤 기반의 열정적인 응원 문화와 관련 있다. ‘H.O.T’는 하얀색, ‘신화’는 주황색, ‘god’는 하늘색처럼 1990년대 초 팬덤은 가수를 상징하는 색상의 풍선을 흔들며 응원했다. 인기 가수가 총출동하는 드림 콘서트에선 어떤 색상의 풍선이 많은지가 팬덤 세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통했다. 팬덤은 풍선을 중심으로 단합했고, 타 팬덤과 우리 팬덤을 구분 짓는 방식으로 정체성을 규정했다. 상징색을 정하는 게 필수가 되니 2세대 아이돌부터 펄레드, 파스텔로즈하트, 펄메탈골드 등 별별 색상이 다 등장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주최하는 2000년대 드림콘서트에는 당대 인기가수가 총출동하는 무대였다. 풍선을 든 팬덤이 객석을 메운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응원 도구가 풍선에서 형광봉으로 진화한 건 가수 세븐 때부터다. YG엔터테인먼트가 세븐의 응원 도구를 풍선 대신 숫자 ‘7’ 모양의 야광봉으로 출시한 것이다. 이후 그룹 빅뱅이 팬덤 ‘VIP’를 상징하는 왕관 형태의 ‘뱅봉’을 출시하면서 발광력을 지닌 응원봉을 흔드는 문화가 시작됐다. 이제 연예기획사는 일정 규모 팬덤이 커지면 가수의 상징이나 팬덤의 특징을 따라 응원봉을 내놓는다. 방탄소년단(BTS)의 공식 응원봉은 폭탄 형태의 ‘아미밤’(Army Bomb)으로 팬덤 이름 아미(Army)에서 착안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하트 모양의 뿅망치 ‘뿅봉’이다. 그룹명을 반영해 하트는 분홍색, 손잡이는 검정색으로 돼 있다. 그룹 세븐틴 팬덤명은 보석 질량 단위 ‘캐럿(carat)’인데 이들의 응원봉에는 다이아몬드가 달려 있다. 그룹 뉴진스의 응원봉은 아티스트 상징인 토끼 모양의 ‘빙키봉’이다. 왼쪽부터 빅뱅 '뱅봉', 블랙핑크 '뿅봉', NCT '믐뭔봄' 아이돌을 16년간 덕질해 온 이모(34)씨는 “콘서트가 아니더라도 각종 스케줄에 응원봉을 들고 간다. 그럼 아티스트가 응원봉을 든 팬을 보면 ‘어, 저기 우리 팬들 있네?’ 알아보고 인사한다. 또 요즘 응원봉이 많다 보니 모양이 특이할수록 팬들이 자부심을 갖는다. 응원봉은 고유의 정체성 같은 건데 비슷하면 기분이 불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응원봉에 원격 제어 기능을 탑재해 가수의 노래에 맞춰 응원봉 불빛을 바꾸기도 한다. 이전에는 팬이 풍선을 흔들며 가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면, 응원봉은 무대 위 가수와 객석의 팬을 잇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 1일 대중문화교류위 출범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응원봉을 소개하며 “다른 공연은 (관객이) 소비자에 그친다면 케이팝에선 관객도 하나이고 공연의 주체다. 팬을 향해 ‘우린 너희와 하나야’, 이 메시지가 크다. 그게 빠지면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똑같아진다”고 했다. 1세대 아이돌 god의 팬덤은 상징인 하늘색 풍선을 흔들었으나, 현재는 하늘색 풍선을 형상화한 응원봉을 공식 굿즈로 채택하고 있다. 2024년 9월 god 콘서트에서 팬들이 응원봉인 '하풍봉'을 흔들고 있다./ 독자제공 유사한 색상·디자인 피하는 게 불문율인데 상징색, 응원봉을 둘러싼 팬덤 갈등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가수가 나서서 팬을 중재하거나 후배 가수가 비슷한 디자인과 색을 피하는 식으로 논란을 피해왔다. 서로를 존중하고 소모적인 싸움은 피하자는 의미다. 2015년 그룹 비투비가 공식 색을 하늘색으로 정하자 god 팬들이 항의한 적 있었다. 당시 god 리더 박준형은 소셜미디어에 “심볼은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과 머릿속으로 의미를 부여해 그냥 알고 간직하는 것” “하늘색 친구들(팬)이 오랫동안 존재했기에 예쁜 후배들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영향을 많이 받아 꿈을 잊지 않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자랑스럽다. 모두 다”라고 적으며 팬과 후배 가수를 다독였다. 그룹 라이즈(RIIZE)는 작년 손가락을 형상화한 응원봉을 출시하려다 그룹 에픽하이의 응원봉 ‘박규봉’과 비슷하다는 불만이 나오자 디자인을 돔 형태의 응원봉으로 바꿨다. 응원봉, 이젠 법대로 하자? 더보이즈가 크리스마스인 2023년 12월 25일 오후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3 SBS 가요대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현재 더보이즈와 QWER의 응원봉 갈등은 팬덤 간 신경전이 연예기획사 간 갈등으로 확대된 경우다. 더보이즈 소속사 원헌드레드가 “법적 절차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게 발단이다. 법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응원봉이 케이팝 산업의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한국 연예기획사는 아이돌을 선보일 때 세계관이나 콘셉트를 기획한다. 아이돌 그룹 이름과 공식 로고 등은 기획사가 창작한 무형의 자산, 지식재산권(IP)이다. 응원봉은 연예기획사가 아티스트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내놓은 굿즈 중 하나다. 이에 연예기획사들은 독창성이 담긴 응원봉 디자인을 앞다퉈 출원하고 있다. 특허청 키프리스에 ‘응원구’ ‘응원봉’을 검색하면 90여 건의 등록된 디자인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연예기획사나 굿즈 제작 업체가 출원한 아티스트 공식 응원봉이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공연 첫날인 지난 8월 15일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앞에서 팬들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국 팬이 블랙핑크 응원봉을 들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응원봉, 포토카드, 의류 등 굿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수익성이 높고 콘서트와 연계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의 작년 공연 매출은 4509억원으로 전년 3591억원보다 25.6% 올랐다. 이에 따라 공연과 연계된 굿즈(MD)·라이선싱 작년 매출도 전년 대비 29.1% 증가한 4202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MD 및 라이선싱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1529억원을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올해 2분기 MD·라이선싱 매출이 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식 K컬처 체험존에서 블랙핑크 응원봉 점등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이 대통령,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뉴스1 이 매출을 뒷받침하는 건 결국 K팝 팬덤이다. 미국 음악 시장 분석 업체 루미네이트(Luminate)는 2023년 연간 보고서에서 K팝 상품 시장을 ‘빅 비즈니스(Big Business)’라고 표현했다. 2022년 미국의 Z세대 K팝 팬은 굿즈에 매달 24달러(약 3만원)씩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 K팝 팬은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했을 때도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일반 팬보다 50% 많았다. 루미네이트의 분석가 헤일리 존스는 K팝 팬에 대해 “매우 충성도가 높고 열성적”이며 “‘수퍼 팬’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굿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 이 매출을 지탱하는 글로벌 팬덤의 불만을 수용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응원봉 유사성을 법으로 따져볼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응원봉 전쟁은 현재 진행 중 디자인 유사성은 아니지만 응원봉 기술을 놓고도 현재 특허권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20년 국내 최대 응원봉 업체 팬라이트가 조명 장치 제조업체 비트로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을 낸 사건이다. 팬라이트는 무선통신을 활용해 미리 응원봉 그룹을 묶어 제어하는 기술을 2018년 말 특허 등록했는데, 비트로가 잠깐이라도 이 기술을 써 관객석의 응원봉에 서로 다른 색상을 표시하도록 했다면 특허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에 비트로 측은 “응원봉 그룹을 미리 설정하는 게 아니라 응원봉마다 고유 식별 정보를 부여해 제어하는 기술을 사용한다”고 반박했고, 앞서 1·2심은 비트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은 대법원 상고심이 심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응원봉이 창작성 논란에 휘말리면 K팝 산업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해외에는 긴 막대 형태의 야광봉으로 응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티스트와 팬덤의 정체성을 담는 특화된 형태의 응원봉 문화는 한국이 유일무이하다”며 “응원봉 디자인을 선점하면서 후발 주자들이 차별화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표절을 하면 공멸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 이런 디자인 유사성 논란이 많아질 텐데 일일이 법적 시비를 가리기보단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출범된 만큼 박진영 위원장이 이런 응원봉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 26화 '반소장과 녹취록'10월 10일‌ 안녕하세요. 연휴 잘 보내셨나요?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건, 같은 사유로 고통받고 계신 분이 읽고 있다면 저를 반면교사 삼고 재판과정에 어떤 일들, 해야할 것들이 있는지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가능한 그런 분이 없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26화 반소장과 2차 재판 “아빠~!” 출장을 마치고 집에오자 아이가 달려 나왔다. 거짓으로 도배된 우리집에 유일한 진실이자 보물인 아이를 안아주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캐리어를 소독 물티슈로 박박 닦은 후에 거실에 펼쳤다. 아이가 눈을 반짝인다. “이건 장난감. 이건 과자~!” 아이가 내 앞에 앉아 자기가 받은 선물들을 신난 얼굴로 하나씩 들어보았다. 출장지에서의 지친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이거. 괜찮아 보이길래 사왔어.” 아내에게 가방을 건네었다. “고마워.” 아내는 가방을 받고 이리저리 보더니 “이쁘네.”라며 안방으로 들고 들어가 붙박이장 한 구석 본인가방들 두는 곳에 넣어두었다. 아내가 이 가방을 맨 것은 이혼 전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출근길에 변호사가 전에 보낸 반소장을 열어보았다. 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거짓으로 범벅된 반소장을 읽다보니 속이 쓰렸다. 2. 이 사건 혼인 파탄에 관하여 혼인의 파탄은 자기의 부정행위라고 원고가 주장하나, 오히려 이 사건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위자료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써있었다. 이 사건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추후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는 본소 및 반소로서 이혼을 원하고 있음은 분명하므로, 이 사건 혼인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되었고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해당 합니다. 재산 분할은 아파트가 공동명의니 판매 후 1/2 지분씩 나누기로 협의한바 있다고 써있었고 집 구매에 지원받은 비용이 양가가 동일하니 나 역시 협의했던 내용이다. 차는 본인 아버지가 사주셨으니 추후 원고가 부정한다면 차용증 및 관련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미련없다. 장인어른이 사주신 게 맞기에 내 서면에도 재산형성 부분에 처가가 지원해준 것이라고 썼다. 할머니와 처가의 지원으로 중도상환을 몇 차례 얼마씩 했다고 적었고 나 역시 준비서면에 이를 인정했다. 혼수 역시 처가에서 다 지원해줬기에 그것도 맞다고 썼다. 위 사유를 토대로 부부공동재산에 관한 기여는 70%이상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내 변호사는 실제 지원받은 금액이 그 정도 되지 않는데다 이미 혼인기간이 길어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 밑에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청구 부분에는 본인은 성실히 근무하며 사건본인을(아이)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신을 양육권자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원고가 양육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취미생활인 가죽공예로 아이의 호흡기 질환이 오랫동안 있었으며 아이가 고열로 아파하고 있을 때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아픈 아이를 돌보지 않고 집안일도 참여하지 않는 등의 무책임한 태도를 반복하였고 써있었다. 당연히 아내는 자료로 아이의 호흡기 질환 진단서나 병원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양육비는 월 100만원을 청구했다. 종합해보면 외도는 부정하고 난 육아에 도움을 주지 않았으며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인 상태였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는 이 파일을 보내줄 때 “원래 그래요. 그렇게 밖에 주장할 수 없으니까요. 판사도 알아요. 우린 증거가 있으니까 마음 상하지 마세요.” 라며 위로해줬다. 그리고 2차 서면에 반박과 함께 녹취록을 증거로 넣기로 했다. 난 여태 녹취록이 녹음파일을 증거로 보내고 내용을 내가 간략히 요약해서 덧붙이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변호사가 “녹취록은 준비됐어요?”라는 말에 “지금 들으면서 적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는데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었다. 녹음 파일을 법원이 자격을 준 속기사 사무실에 보내야하고, 속기사가 그 내용을 적어 인쇄본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법원에서 혹은 피고측에서 녹취록의 원본 음성파일을 요구하면 CD도 보내야한다. 2차 재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급하게 속기사를 검색했고 생각보다 비용이 비쌌다. 녹음파일이 20개도 넘게 있었다. 모든 걸 다 속기 따서 제출해봤자 판사가 읽지도 않을 것 같아 아내가 부정행위를 인정한 것만 추렸다. 그래도 약 45분 분량이다. 짬짬이 퇴근 후에 3일에 걸쳐 작업했는데 정말이지.. 그 날의 대화들을 처음부터 들으면서 아내가 인정한 부분들이 나오면 스탑해서 시간대를 적고 대화내용을 발췌하여 기입하고 다시 듣고 또 똑같은 행동을 계속하고.. 정말 지옥 같은 3일이었다. 이 기간에는 정신이 많이 피폐해졌지만 이기기 위해 해야만 했다. 상간남을 만난 부분은 뺐다. 이 부분은 이 증거자료를 받고도 발뺌하면 추가 증거로 보내기 위해 남겨두었다. 자료를 완성하고 속기사무소에 결제 후 파일과 내가 정리한 내용들을 보냈다. 속기사 사무실에 따로 재판일이 얼마 안남아서 작업을 좀 서둘러 달라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다다음날 완성되었다는 카톡이 왔고 PDF로 먼저 받아 변호사에게 보냈다. 원본은 회사 사무실로 받았다. 그래 이걸 보고도 네가 어떻게 나오나 보자. 나도 악에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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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 24화 '양육환경 조사보고서'10월 3일당시의 일을 복기하며 상처를 꺼내는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향후에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끝까지 쓰겠습니다. 이 말은 진심입니다. 제가 겪은 일들을 운 없게도 누군가가 겪는다면 저를 반면교사 삼아 잘 이겨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사건과 이혼 소송과정은 그렇다 쳐도 심리까지 묘사한 부분은 겪은 사람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러분께서는 이 일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또 같은 일을 겪은 분이라 해서 모두가 같은 심리는 아닐 것입니다. 반에 40명이 있고 같은 교육을 받아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듯이... 또 주절주절 쓰고 있네요. 그냥 이런 케이스도 있구나. 이 사람 상황이 이랬고 그 때 마음이 이랬구나. 이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화 글에서는 그냥 짧은 대화인것 처럼 끝냈지만 실제로는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정원씨와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고마운 분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도 했었고... 같은 날은 아니지만 그 일이 있던 당시와 같은 복장을 입은 사진입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티셔츠에 청바지입은 배 나온 아저씨지만.. 아무튼 작년엔 살이 많이 빠져서 이랬습니다. 본 내용 시작하겠습니다. ------------------------------------ 24화. 양육환경 조사보고서 “나 토요일에 차 좀 쓸게.” 이번 주 토요일은 아내가 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내가 육아를 하기로 했다. 아직 뭘 할지 정하지는 않았는데 보통 이 경우에는 아이와 함께 있는 사람이 차를 썼다. 아내가 차를 가져 나간다고 하자 내가 아이랑 어디 갈 수 있는 반경이 확 줄어들었다. “왜? 애랑 동물원 갈까 했는데.” 동물원은 그냥 후보로만 있었지만 그런 것처럼 이야기했다. “친구랑 보기로 한 데가 용인이라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워서.” 용인이라... 상간남이 이직한 곳이다. 토요일 오전, 아이와 문화센터에 다녀오고 점심을 먹은 뒤 키즈카페에 갔다. “아빠 이거.” 아이는 조립해야 하는 장난감을 하나 건네 주었다. 자기가 다른 거 하고 있는 사이에 만들어 달라는 뜻이다. 머릿속이 편안하지 않아 집중이 잘 안되었다. 요새 장난감이 이렇게 어려웠나? 나 어렸을 때 조립 잘만 했던 것 같은데. 끝끝내 완성은 했지만 아이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어서 완성했다는 말없이 아이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조립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랑 놀아주면서 미안하게도 집중하지 못했다. 용인에 간다고 해서 상간남을 만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아내는 상간남과 헤어졌다고 했었고 생각해보니 용인엔 아내의 다른 친구도 있어서 간 적이 몇 번 있었다.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전에 아이도 데려갔었고 거기서 그 친구랑 찍은 사진도 보여줬었다. 이제 좀 마음이 편하다. 용인에 다녀온 아내는 생각보다 일찍 왔다. 아이와 저녁을 먹고 있을 즈음 도착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는 고생했다며 아이를 씻기고 셋이서 같이 놀다 아이랑 자겠다며 들어갔다. 소파에 누웠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이 패턴의 반복이다. 또 상간남을 만나나 의심하고, 어차피 이혼할 건데 그 의심은 왜하며 왜 아직도 분노하는 것일까. 어차피 머지않아 이혼인데. 아이는.. 아이를 생각하면 또 마음 한구석이 짓눌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우울감이 몰려온다. 아마 한 달이 넘어서야 왜 블랙박스를 확인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찾아봤었다. 하지만 이미 저장된 데이터는 다 최근 걸로 덮어진 후였다. 아쉬웠다. 오늘은 조사관이 가정방문을 하는 날이다. 다행히 오후 늦은 시간에 잡혀서 반차를 쓰고 아이를 하원 시켰다. 아내 역시 반차를 쓰고 집을 청소해 두었다. 아이에게는 오늘 어떤 아저씨가 오는 데, 선생님이라고만 말해 두었다. 조사관이 도착해서 집안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는 놀이방에서 놀게 잠깐 두고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정확히 어떤 이야기들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현재 유치원과의 거리, 집 근처의 초등학교 그리고 어떤 식으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지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아내가 먼저 방에 들어가서 아이랑 노는 모습을 보고 (문을 열어둔 상태), 그 다음으로 내가 아이와 노는 모습을 보셨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둘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직접적으로 묻지 말아달라고 재차 요청 드렸고 알겠다고 하셨다. 면접조사관이 얼마나 아이방에 있었는지, 실제로는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체감상 정말 길었고 불안했다. 아이의 대답보다, 혹시라도 조사관의 질문에 아이가 무언가를 눈치채고 감정이 불안정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더 컸다. 잠시 후 나오셨고, 곧 보고서가 판사에게 제출되고 우리도 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가셨다. 아저씨랑 뭐했냐는 물음에 가족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고 다른 건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을 했다. 다행히 아이는 모르는 눈치였지만 그 날은 아이에게 미안해서 더 열심히 놀아주었다. 회사에서 회의 중 출장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첫 재판쯤 출장간 것 말고는 최대한 출장을 미루고 있다. 2개월 기준으로 2-3주는 보통 출장을 다녔는데 다행히 신임 대표이사가 비상경영을 시행하는 바람에 해외는 임원진 출장이나 비상 이슈 말고는 모두 화상미팅으로 변경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가능했다. 상무님이 이번 상반기 실적이 괜찮으니 비상경영 중임에도 고객사 관리 차원에서 한 바퀴 돌고 오라고 지시하셔서 어쩔 수 없었다. 출장을 가야 한다는 것이 확정되자 불안이 요동쳤다. 트라우마가 올라와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마구 뛰고 어떻게든 안 갈 방법을 강구했다. 결국 바람과 달리 일정은 정해졌고 다행히 2개 국가만 가기로 해서 10일 정도만 다녀오는 걸로 확정되었다. 그 사이에 별 일이 없길 바라야지. 가사조사관의 보고서가 올라왔다는 변호사의 연락이 왔다. 변호사가 보내준 파일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총 10장의 보고서였고 상단엔 [양육환경조사보고서] 그리고 사건번호와 원고 피고, 사건본인이라는 이름으로 아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이를 법원에서 부르는 법적 호칭이 사건본인 이라는 것이 미안했다. 2페이지에는 당사자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는데 나와 아내의 칸이 원고 피고로 구분되어 생년, 직업, 최종학력, 혼수별 (초혼/재혼유무), 결연별 (연애 N년)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연애에서 결혼까지 걸린 기간을 적은 것 같았다. 별거기간은 같이 살고 있기에 ‘-‘으로 표기 되어있고 사건발생 원인은 나는 ‘피고의 부정행위 부인’ 아내 칸에는 ‘부인’이라고 적혀있다. 직계존속으로 부모님의 생년이 써 있고 직계 비속으로 남 1명 여 0명. 마지막으로 자녀양육안내 소감문을 적힌 날짜가 적혀있다. 중요한 건 3페이지 부터다. 3. 당사자의 주장 이라는 소제목으로 원고와 피고의 친권 및 양육권, 면접교섭, 양육비에 대한 서로의 주장이 적혀있고 그 밑으로 현재까지의 양육상황이 적혀 있었다. 그 밑으로 양육환경, 면접교섭 및 양육비 이행사항, 양육계획들에 대해 각자 주장했던 것들이 적혀있고 9페이지가 되어서야 출장조사 결과가 있었다. 현재 집의 주소와 위치, 그리고 평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의 도보거리 등과 주변 환경에 대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거주지 사진들이 몇 장 붙어있다. 변호사를 통해 들었지만 아쉽게도 그 밑의 가사조사관의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판사에게 가는 보고서에는 가사조사관이 위 원고, 피고의 의견과 방문조사 그리고 최종적으로 양육권을 누구에게 주는 게 적합할지 조사관의 의견이 있다고 했는데 변호사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지. 가사조사관의 방문이 끝나자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같이 살고 있지만 이혼이 이제 실감이 된다. 이렇게 사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요새 여자 만나냐고 물어봤다. 잠깐 당황했지만 정원씨와의 관계가 끝난 상태였기에 의연하게 넘길 수 있었다. “누굴 만나든 말든”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넘겼다. 본인도 변호사랑 연락을 하고 있을 테니 지금 내가 누굴 만나도 재판에 영향이 가지 않는 다는 것은 알 것이다. 며칠 뒤 아내는 금요일에 회식인지 약속인지 있어서 술을 마시고 들어왔고 아내가 돌아온 시간에는 이미 아이를 재우고 티비를 보면서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이럴 때 아내는 보통 현관 옆에 있는 드레스룸으로 가서 바로 옷을 갈아입는데 그 날은 가방만 두고 나오더니 소파 내 옆자리에 앉았다. 술기운이 올라오는지 푸-푸- 거리면서 숨을 쉬는데 지금 내가 술을 마시고 있음에도 술냄새가 풍기는 게 짜증이 났다. 어떤 마음으로 짜증이 났는 지는 잘 모르겠다. 아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많이 마셨어?” 걱정이 되서 물어본 건 아니다. 내일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로 한 날이라 지장이 갈까 싶어 물어본 것뿐이다. 우린 이미 남보다도 못한 사이니까. 아내는 취한 얼굴로 소파에 등을 기대더니 천천히 고개를 내 어깨 쪽으로 기울였다. “안아줘” 갑자기 아내가 안겼다. 나는 감싸지 않았고 아내 혼자 나에게 안겨 있었다. 태연한척, 건조한 척했지만 이 땐 잠깐 사고가 멈췄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얼굴을 들어 나를 보는데, 술 때문인지 아내의 눈이 살짝 풀려 있었다. ‘왜 그렇게 바라보는 거야? 왜 연애할 때처럼 바라보는 건데.’ 곧 아내 입에서 믿기 힘든 말이 나왔다.
•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 22, 23화9월 30일‌ 안녕하세요. 이번 글로 사이드 스토리가 끝났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도 감사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메인 내용 다 쓰고 이런 일도 있었다는 외전으로 한 두 편만 썼다면 이렇게 욕을 먹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계속 위로와 응원만 받아 부담된 것도 있었는데 이렇게 욕먹으니까 한 편으로는 후련한 마음이 듭니다. 전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이야기는 소설 형식으로 썼습니다. 저한테 좋은 기억을 주신 분이니 좀 더 매력적으로 표현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스마트 워치로 심박수 재는 건 정말 인상 깊어서 언젠가 써먹을 일이 있다면 써먹어야지 생각했었거든요. 아무튼 복잡한 글들만 쓰다가 마음 편하게 쓴 챕터지만..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 22화 마음 정리 “그런 마음으로 만난 적 없어요.” 내 대답에 그녀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 곧 말을 꺼냈다. “유부남만 아니었음 바로 만났을 건데.. 일단 다음 주에 한 번 더 만나요. 다음 만남 때까지 나도 생각 좀 정리해볼 게요.”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에 정원씨에게 카톡이 왔다. [잘 잤어요? 뭐해요?] [아들이랑 공원 가려고 준비중이에요.] [아.. 그럼 재밌게 잘 놀다 와요.] 그 날은 더 연락하지 않고 끝났다. “소송이 언제 끝난다 구요?” 사내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서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은 새로운 대표였다. 날 예뻐 해 주셨던 전 대표님은 연초에 해고되었고 새로운 대표가 온 지 벌써 몇 달 째다. 연 초에 바로 주재원을 나가라고 다시 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있었으나 다행히 본인이 회사 파악할 때까지 인사변동은 최대한 미룬다고 했어서 주재원으로 나가는 것이 유보 되었었다. “빨라야 올해 말이라는데 변호사 말로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럼 그 때 나가세요. 언제까지 편의를 봐줄 수는 없으니까.” 전 대표와 달라도 많이 다른 스타일이다. 많은 원성을 받고 있지만 신임 대표라 회장님이 밀어주는 덕분에 거리낄 것 없이 칼을 휘두르고 다녀 직원들의 원망을 많이 사고 있는 분이다. 사내에서 고장 중간직급 뿐인 나와 독대를 하는 것도 예외적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싫다 좋다 말해봐야 당장 바뀔 게 없으니 ‘긍정적으로 고민해보겠습니다.’ 라고 답하며 자리를 끝냈다. 정원씨는 이번 주말에 부모님과 외가에 간다고 하였기에 나는 나 대로 스케줄을 잡았고 아내, 아이와 함께 처갓집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하였다. 토요일 저녁, 별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다같이 불멍을 하고 있을 때 카톡이 왔다. [어머니가 약을 깜빡해서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요. 내일 뭐해요?] [처갓집 별장에 와있어요. 내일 오후에 아이랑 목장갔다가 갈거라서 저녁 늦게 도착할 거에요.] [그럼 못 보겠네요. 지금은 뭐하고 있어요?] [마당에서 다 같이 불멍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그럼 좋은 시간 보내고 다음 주 중에 봐요.] 끊어내는 듯한 답장이지만 나도 아이와 함께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일상은 단조로웠다. 아내와 아이와 관련된 일상적인 이야기는 계속 하고 있었고, 퇴근 후 장모님께 아이를 인계 받는 것도 쭉 내가 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장모님은 더 이상 나를 ‘ㅇ서방’이라 부르지 않고 ‘ㅇㅇ아빠’ 라고 부른 다는 것이었다. 장모님은 이혼 진행 초에 우리가 협의이혼을 한다고 알고 계셨다. “둘이 보기 좋게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 라고 하셔서 “장모님, ㅇㅇ이 바람펴서 이혼하는 거에요. 둘이 같이 숙박업소 들어가는 것도 잡았구요.”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장모님은 전혀 모르고 있던 듯했다. “사람 붙혔어?”라는 말에 내가 벙쪘었다. 그러고는 “부부 일이니까 알아서 하세요.” 라며 나가 버리셨다. 진짜 아들 같은 사위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서운했다. 며칠 뒤 우리는 퇴근 후에 만났다. 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애써 물어보지 않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주재원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는 영어를 못하지만 살아야 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며 긍정적인 말을 했다. 혹시 나랑 미래를 그리고 있는 건가? 싶어서 조금은 당황했다. 식사를 마치고 한강으로 이동하여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 골라 한강이 보이는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여기서 정원씨 집 보이네요?” 라는 말에 정원씨는 살짝 웃었다. “사실 저 저기 말고 저 뒤에 살아요.” 에? 전에 데려다 준 집이 아니라고? 지금 사는 집도 나름 좋은 곳이지만, 첫 직장 행사가 이촌에서 열린 케이스가 많아 자주 오면서 여러 아파트들 중에서도 저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고 집값도 대충 알고 있다. 엄청 유복하게 자랐나보다 이 사람. “미안해요. 속이려던 건 아니고 막 알게 된 사람한테 집 알려주기 뭐해서.. 전에 집에 데려다 달라할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걷다 보니까 요즘 세상도 무서운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는 미안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속인 건 나였는데. 미안할 사람은 난데. 갑자기 그녀가 팔짱을 꼈다. “잠깐만 이대로 있어요.” 그 동안 그녀랑 많은 스킨쉽을 한 것은 아니지만 손잡는 게 전부였다. 갑자기 팔짱을 끼니 심박수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우리 못 본 기간 동안 카톡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떤 생각이었을까. “내가 뭐 하냐고 물었을 때, 아들이랑 뭐 하고 있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더 대화하면 안될 거 같아서 끊었어요. 나였다면 차라리 거짓말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 부분을 생각하질 못했다. 그렇다고 아이랑 있는데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주말에 가족끼리 놀러갔다고 했을 때도… 지금 아내분이 옆에 있을 텐데 내가 연락하는 게 맞을까? 지금 둘의 상황이 그렇다 해도 아직 법적으로는 부부인데 내가 뭐하는 걸까.” 이런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팔짱을 풀지 않고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다. “나도 걱정되서 찾아보니까, 문제는 없는 거 알겠는데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막 죄짓는 기분이고 하면 안 되는 거 같고. 그리고 내가 만나자고 하는 게 아들이랑 시간 뺏는 거 같고.” 이해한다. “양육권이 아내분한테 가면 좋겠다 그럼 ㅇㅇ씨는 슬플테지만 난 좋을 거니까 이런 나쁜 생각도 하고.” 그녀는 곧 결론을 지었다. “만나요 우리. 자신은 없지만 나도 노력해 볼 게요.” ----------------------------------------------------- 23화 이직 “만나요 우리. 자신은 없지만 나도 노력해 볼 게요.” 정원씨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 다만 오늘 대화하면서, 방향이 이쪽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예상은 했다. 그녀와 떨어져 있는 동안 사실은 나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는 관계가 된다면 그 시간과 비례하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방금 정원씨의 말따마나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연락이 오면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까 싶고 그건 상대에게도 미안하지만 아이에게도 집중을 못할 테니. 양육권은 아내한테 갈 확률이 높고 아직 마음의 결정은 못했지만 주재원을 나간다면 그걸 감안해 한국에 있을 때는 아이한테 최대한 집중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순수한 정원씨한테 이런 만남 속에서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여태 이렇게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시간을 뺏어 버렸고 내가 잘못한 거다. 그래, 결론을 내자. “미안해요. 내가 자신이 없어요.” “예? 뭐라구요?” “내가 자신이 없어요. 정원씨 좋은 사람인 거 아는데, 이 상태로 만나면 저도 정원씨도 힘들 게 뻔해요.” “내가 노력한다고 하는데도요?” “제가 법적으로 기혼자라서, 아이랑 있을 때 혹은 아내랑 있을 때도 거짓말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까봐 그것도 못하겠어요. 정원씨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정원씨면 저는 저 안 만날 거에요. 저 같은 사람한테 시간쓰고 마음쓰지 말고 좋은 사람 만나면 좋겠어요.” 그녀는 한참 말이 없다가, 알겠다고 집에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녀를 먼저 보내고 한강을 보며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다시 편의점에 가서 맥주 한 캔을 더 사고 앉았던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 이렇게 끝내는 게 맞는 거야. [이해할 게요. 소송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길 기도할 게요. 근데 제가 그쪽이었다면 저 안 만난다는 말, 저를 되게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잘 지내요.] 정원씨에게 카톡이 온 건 3일 정도 뒤였다. [미안해요. 좋은 분 만나고 행복하길 바랄 게요.] 사실 그 뒤로도 종종 연락이 왔으나 답장하지 않았다. 끝낼 인연이기에 조금의 여지도 서로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 일이 있고부터, 정원씨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존감이 조금은 회복되었다. 비참한 인생의 주인공마냥 슬퍼하지도 않았고 아이에게 집중하며 내 나름의 미래를 그려나갔다. 며칠 뒤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이 울렸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워낙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방이라 보통은 나중에 봤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바로 읽었다. [야 그 새끼 이직했나 보다.] 여기 있는 친구들은 중학교때부터 친구인 녀석들로 내 사정을 알고 있다. 상간남이 인스타를 비공개로 돌렸었는데 그 전에 한 친구가 다른 계정으로 팔로우를 해두었었다. 가끔 상간남이 올리는 피드나 스토리를 전해주었는데 안 궁금하니까 보내지 말라고 했다. 솔직히 무언가를 알게 되면 받는 스트레스가 싫었다. 친구들이 상간남의 인스타를 아는 이유는, 내가 아무리 상간남의 여자친구 정보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어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간남의 여자친구에게 알리고 복수하고 싶었다. 친구들이 같이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론은 여자친구는 인스타를 아예 안 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몇몇은 페이스북도 뒤졌는데 아무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어느 날 상간남은 모든 피드(게시사진)들을 내렸고 비공개로 전환했다. 다만 이 친구는 그 전에 팔로우를 해놨기에 올라오는 스토리를 볼 수 있었다. 친구가 보내준 사진에는 경기 중부 지방의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는 글과, 회사 근처 자취방 구했다며 올린 내용이 있었다. 비겁한 새끼. 도망쳤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친구는 상간남 인스타에서 차단당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나 토요일에 차 좀 쓸게.” 이번 주 토요일은 아내가 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내가 육아를 하기로 했다. 아직 뭘 할지 정하지는 않았는데 보통 이 경우에는 아이와 함께 있는 사람이 차를 썼다. 아내가 차를 가져 나간다고 하자 내가 아이랑 어디 갈 수 있는 반경이 확 줄어들었다. “왜? 애랑 동물원 갈까 했는데.” 동물원은 그냥 후보로만 있었지만 그런 것처럼 이야기했다. “친구랑 보기로 한 데가 용인이라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워서.” 용인이라... 상간남이 이직한 곳이다.
• 김수현 변호사의 진행상황 브리핑9월 26일군시절 엽서는 연애편지나 썸타는 편지가 아니며 김수현이 당시 실제 연인에게 보낸 편지는 전혀 다른 형태고 이미 법정증거로 제출했음 4.
•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 20, 21화9월 26일안녕하세요. 항상 읽어주시고 응원,질타 모두 감사합니다. 사이드 스토리인데.. 나름 저한테 인상이 강렬했는지 좀 길게 썼네요. 그래도 다음화면 이야기가 끝날 것 같습니다. 당시의 일을 복기하며 상처를 꺼내는 것에 대해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향후에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끝까지 쓰겠습니다. --------------------------------- ‌20화 데이트 cont'd “뭐해요 안 들어가요?” 그 다음이 지금이야? 이렇게 바로 다음이라고? 재촉하는 정원씨의 손짓에 얼떨결에 들어갔다. “여기 계란말이 잘해요. 배부르니까 술은 소주 괜찮아요?” 그렇게 주문을 하고 물부터 따랐다. “와 여기 오랜만에 온다. 친구들이 다 이사 가버려서 올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명절에 애들 오면 가는 정도?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 저 어렸을 때부터 있던 오래된 호프집이라서. 제가 사드린다고 했는데 누추한데 와서 좀 그렇지만.” “아- 아니에요. 정원씨 추억이 있는 곳에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래, 일단은 자리에 집중하자. 어느새 나온 소주를 따라주어 받고 나도 따라 주었다. “짠-” 크 술이 쓰다. 애초에 술이 약하기도 하거니와 혼자 소주를 마실 일은 거의 없다. 자기 전에 위스키를 한 잔씩 마시긴 해도 이상하게 소주는 언제 마셔도 쓰다. 아직 계란말이가 나오지 않아 물을 안주 대신 마셨다. “저 별로에요?” 직접적이고 당돌하다. 턱을 괴고 물어보는데 내가 답 없이 바라보고 있자 싱긋 웃었다. “매력적이에요.” “근데 왜 그래요?” “뭐가요?” “아까 식사할 때 갑자기 말이 없어지더니 계속 뚱하더라구요. 그래서 저 마음에 안 드는 줄 알았죠.” 눈치를 챘구나. 술기운 보다 빠르게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아 미안해요. 잠깐 딴 생각을 좀 하느라.” “심각한 거에요?”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말을 할까 말까. 그래 말하- “계란말이 나왔습니다~ 앗 뭐야 뭐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남자친구랑 온 거야?” “이모~! 미안해요 너무 오고 싶었는데 바빠서 못 왔어요. 자주 올 게요.” 말하려고 결심한 순간에 나온 안주와 이모님과 정원씨의 너스레에 타이밍을 놓쳤다. 대화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아까 미안해서라도 더 집중하고 많이 웃으려 노력했고 실제로도 대화를 잘 풀어가는 그녀의 능력에 많이 웃기도 했다. 그렇게 소주 한 병을 더 시키고 각 1병씩 끝낸 후에 호프집에서 나왔다. “뭐 타고 가요?” 이제 슬슬 헤어질 때라고 생각해서 물었고 그녀는 “우리집 여기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나와요.”라며 대답했다. “데려다줘요.” 이런 성격은 타고난 걸까? 아까 술을 마시며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왜 번호를 물어봤냐고. 정원씨는 나이 때문에 계속 집에서 압박을 받고 있었고 소개팅도 많이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동생이 작년에 결혼하며 잔소리가 더 심해졌고 어머니가 강제로 결정사에 가입시키려 해서 막고 올 해 까지만 유보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 친구랑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소개팅도 그만하고 싶다, 술김에 나가면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번호를 물어보겠다고 선언한 뒤 술집에 나와 처음 본 사람이 나였다고 한다. ‘그런 이유였어?’ 황당했지만 그녀는 내 첫인상이 괜찮아 보였다 하였고 난 고맙다고 했다. 그녀의 집으로 걸어가는 길엔 예쁜 공원이 있었다. 그 공원 앞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고 먹으며 걸었다. 그녀가 고른 건 비비빅. “굉장히 입맛이 올ㄷ.. 클래식하네요?” 하마터면 말 실수할 뻔했다. 아까처럼 살짝 째려보는데 술 기운 때문인지 그 표정이 참 귀여웠다. “여기 잠깐 앉아봐요.” 우리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주변의 은은한 조명과 풀벌레 소리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전에 소개팅한 남자가 한 수법인데, 아 미안해요, 근데 나름 재밌었어서 해보고 싶어요.” 그녀는 손목에 있던 애플워치를 풀어 조작했다. “심박수 측정할 거에요. 저부터 할 게요.” 정확한 숫자는 기억 안나지만 그 다음은 내 차례였다. “이건 왜 하는 거에요?” “저보다 높았으면 좋겠어요.” 아쉽게도 내 심박수는 그녀보다 3이 낮았다. “다시해요 다시! 잘못됐어.” 다시 한다고 이게 달라지나? 뭔가 떼를 쓰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심박수가 올라갈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두 번째 시도를 하는데 갑자기 정원씨가 내 손을 잡았다. “에?” 결국 내 심박수가 올라가서 그녀보다 높게 나왔다. “제가 이겼네요?” 이게 이기고 지는 게 있는 거야? “흐음 심박수가 저보다 높다는 건 저한테 호감이 있다는 거겠죠? 좋아요 다음 데이트할 기회를 줄게요.” 그런 뜻이었구나. 자기가 반칙해놓고 이겼다고 좋아하는 얼굴에 오늘 처음 육성으로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게 뭐에요.” “싫어요? 나 같은 미녀가 데이트할 기회를 주겠다는데?” 뾰로퉁한 표정이 미소짓게 만들어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분명 아까 심박수를 잴 때보다 더 심장이 뛰는데 술기운만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이촌에 도착하여 아파트 앞에서 그녀를 보내주었다. 이미 지하철 막차가 끊겨서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따릉이 정거장이 있는 것을 보고 오늘 많이 먹었으니 운동이나 해야겠다 생각하며 자전거를 꺼냈다. 지도를 검색하니 집까지 자전거로 한시간 이십분이 나온다.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모처럼 느끼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우울한 발라드나 운동할 때 듣는 댄스노래가 아닌 싱그러운 음악을 들으며 바람을 느꼈다. 집 근처에서 따릉이를 반납하고 그녀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고마웠어요. 또 봐요.] ---------------------- 21화 고백 집 근처에서 따릉이를 반납하고 그녀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고마웠어요. 또 봐요.] 다음 만남은 평일이었다. 원래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내가 퇴근 후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이 일찍 파했고 정원씨는 야근하느라 이제 퇴근 중이라고 했다. 시간을 보니 지금 출발하면 대충 그녀가 집 근처 역에 도착할 시간이 비슷해서 이번엔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사실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며칠 안됐지만 이렇게 카톡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계속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대화하는 것도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카톡으로 말하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오늘은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지하철을 탔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역 근처의 치킨 집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어서 배가 안 고팠지만 정원씨는 빨리 퇴근하려고 저녁도 안 먹고 일했다고 하여 이곳으로 왔다. “다 먹고 한강 걸을까요?” 그녀가 제안했고, 나는 한강가서 말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무슨 전화를 받더니 심각해져서 당장 집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미안해요.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그녀는 정말 뛰어서 집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기럭지가 기니까 달리기가 빠르구나 생각하다가,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급하게 집으로 가게 만들었나 생각했다. ‘혹시 유부녀인가?’ 분명 그녀가 결혼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나도 회식중에 아이가 고열이 심하다는 아내의 전화에 말에 자리를 내팽겨치고 집에 미친듯이 달려간 적이 있어서 혹시 그런 게 아닐까 의심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고민 없이 이 관계를 정리할 테니까. 나도 참 나쁜 사람이구나. [미안해요.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대서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다음 날 출근길에 카톡을 받았다. 어제 연락이 없어 궁금했지만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어머님은 괜찮으세요?] [네 저혈압이 있어서 응급실 갔다가 곧 괜찮아 지셔서 새벽에 돌아왔어요.] 그렇게 짧은 카톡 후에 회의에 들어갔고 우리는 토요일에 다시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날 뭐 할 말 있으셨던 것 같은데 뭐 에요?] 정원씨가 다 먹고 한강 가서 걷자고 했을 때 말할 게 있으니 그 때 말하겠다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나보다. 토요일에 말 할 게요 하면서 넘겼다. 만나기로 한 토요일에는 당시 유행하던 영화를 보았다. 애니메이션 속 슬픈 장면에서 슬쩍 옆을 보니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곱게 우네. 난 슬픈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심적으로 힘든 게 오래가서 일부러 피한다. 슬픈 게 맞는데 이런 것에 눈물이 안 나오는 걸 보니 내 감정이 많이 무뎌졌나 생각 들었다. 오후까지 육아를 하고 저녁시간 다 되어 만난 거라 영화를 보고 나니 열려 있는 가게가 거의 없었다. 다행히 어느 2층에 이자까야가 열려 있어 그곳으로 들어갔는데 딱 봐도 비싸 보였다. 가게 앞에 메뉴판을 좀 보려 하는데 그녀가 먼저 들어가서 얼마인지도 못 보고 따라 들어갔다. 점원이 룸으로 안내했고 들어가서 사케와 안주를 시켰다. 프라이빗한 공간이라 조용했고 어느 타이밍에 말할까 고민하며 오늘 본 영화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정원씨는 영화가 꽤나 마음에 들었었는지 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처럼 말하면서 비슷한 표정들을 지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정원씨 솔직하게 말할 게 있어요.” 더 미룰 수는 없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영혼은 훨씬 순수해 보이는 상대를 더 더럽히고 싶지 않다. “… 그래서 지금 이혼 중이에요. 말씀드린 이유로 아직 같이 살고 있구요.” 그녀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혼자 술을 들이켰고 다시 따랐다. “할 말 있대서 혹시나 했어요. 결혼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하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어요. 유부남이면 날 갖고 논 거니까 그럼 뺨 때리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유부남은 맞는데.. 상황이 그렇다니까 뭘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미안해요.” “오늘 그냥 일어나죠. 저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자리를 끝내고 나왔더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지하철은 진즉 끊겼고 카카오 택시도 잡히지 않았다. 거의 10분을 어색한 상황에 서있었다가 다행히 지나가는 택시가 하나 있어 잡고 그녀를 먼저 보냈다. 그리고 그녀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난 택시를 잡지 못했다. 열두시가 넘은 시간. 우산도 소용없을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리는 중이라 자전거도 못 탄다. 그렇다고 여기서 언제 잡힐지도 모르는 택시를 기다릴 수 없어 무작정 집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집 도착했어요? 지금 어디에요?] 난 아직 택시를 못 잡아 집에 걸어가고 있다고 답장했고 그녀는 내가 있는 위치를 찍어달라고 했다. 위치공유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조금 뒤에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카카오 택시 잡혔어요.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지금 걷고 있으면 얼른 돌아가요. 택시 5분 뒤에 도착하는 걸로 떠요.” 돌아와서 그녀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집에 조심히 가고 자기가 먼저 연락할 테니 연락하지 말라는 말에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녀에게 연락이 온 건 며칠 뒤였다. 오늘 시간 되면 만나자는 메시지였고 그러기로 하였다. 그녀를 만나러 퇴근 후 이촌으로 이동했고 그녀의 얼굴을 봤을 땐 기분 탓인지 조금 야위어 보였다.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베이커리 카페 테라스에 앉아 빵과 커피를 시켜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강으로 이동하여 한강을 보며 벤치에 앉았다. “그 말이 다 사실일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보통 유부남들이 아내랑 이혼할 거라 하고 여자 꼬신다는데.” 내 주장만 들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마음인지를 떠나서 오해는 풀고 싶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말했듯이 저는 소송이혼 중이라.. 지금 법원 사이트 들어가서 사건 기록들 보여드릴게요 잠시만요.” “아녀 괜찮아요.” 그녀는 손을 들어 휴대폰을 들어올린 내 손을 막았다. “몇 번 안 봤지만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믿으니까 안 보여줘도 돼요.”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올라온다. “그런데 왜 계속 날 만났어요? 그냥 도피처가 필요한 거에요? 제가 아니라 아무라도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그건? 제가 나이가 더 많지만 저는 혼자 살 생각도 없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 생각이거든요?” 뭔가 울 것 같은 말투로 토해내었다. 원망스러울 거다. 나였어도 그럴 거다. “그런 마음으로 만난 적 없어요.” 내 대답에 그녀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 곧 말을 꺼냈다. “유부남만 아니었음 바로 만났을 건데.. 일단 다음 주에 한 번 더 만나요. 다음 만남 때까지 나도 생각 좀 정리해볼 게요.”
• 황정음 집유 나왔네요9월 25일징역 2년에 집유 4년 횡령사실 법정에서 다 시인 회사돈으로 코인투자만이 아니라 자기 세금까지 냄
• '독박육아 스트레스' 생후 7개월 쌍둥이 살해 친모 2심 감형9월 24일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 부장판사)는 16일 201호 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을 선고받은 A(44·여)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